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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인생의 이유 - 김영하 본문

책을 읽어요

여행의 이유, 인생의 이유 - 김영하

고고V 2019. 8. 1. 21:51

왠지 여름휴가때 읽을 책으로 이 책이 적절하게 느껴졌다. 여행의 이유인줄 알고 시작했더니, 인생의 이유가 가득했고 인생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여행의 이유로 귀결되었다. 

# 생각해보면 여행은 늘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고, 예측하지못한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기대와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p51)

그렇다면 짐을 싸서 어디로 가야지만 여행이 아니라 낯선 곳에 가고, 낯선 사람을 만나고, 낯선 책을 읽는 모든 것이 다 <여행>이고, 내인생의 변화를 가져오는 예상치못한 경험이 모두 여행이 아닐까. 

어쩌면 매일매일이 여행인지도 모른다. 일상은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고, 매일하는 출근도 예상치 못한 여행이 아닌가 싶어졌다. 예상치못한 업무에, 이벤트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고, 일상 또한 여행이라 생각해보자.

# 낯선곳으로의 여행은 곧 기억이 없는 공간과의 만남이다. 처음가본 거리, 식당, 카페 등등 아무런 기억의 흔적이 없는 공간에서 일상과 완벽이 분리될수 있다. 이별을 했을때, 엄청나게 스트레스받는 일이 끝났을때, 오랜시간 준비한 시험을 봤을때와 같이 일상과의 단절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그런때 그냥 같은자리에 앉아 있는게 얼마나 미련스러운 일이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여행을 가면 과거의 고민도, 미래의 걱정도 잊고 현재만을 느끼게 된다. 지금 내눈앞에 펼처진 풍광에, 작품에 빠져들면 그뿐 이다. '여행은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오지않은 미래로 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p82)'

여행을 떠난 현재의 나는 어디로 갈까, 무엇을 볼까, 어떤 커피를 마실까, 어느방향으로 걸어갈까 생각하며 오롯이 나를 위해 내가 결정하고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p207)'을 하고나면, 또다시 여행을 떠나지 않을 수 없다. 

내차로 운전해서 대관령을 넘고, 무수한 터널을 거치며, 내가 직접 운전해서 강원도를 가는게 처음이라는 생각에 무척이나 들떴다. 그렇게 강릉에 도착했을때, 처음만난 해변과 처음방문한 예쁜카페에 온전히 현재를 즐길수 있었다. 책에서 나온 그대로 낯선 곳에서 현재만을 생각하며 나의 의지로 나를 위한 선택이 계속 되었다. 여행지의 어느 카페에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여행은 일상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선물이고, 활력소 라는걸 그리고 내 일상 역시 여행과 다르지 않으며 일상에서도 작은 선물을 찾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 어느때보다 알차고 즐거웠던 여름휴가의 마지막 밤, '여행의 이유'의 독후감을 쓰며, 정말 완벽한 여름휴가의 마무리. 

우연히 발견한 강릉 통일공원에서 하늘과 바다